[칼럼]교육과 사상 사회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이른바 ‘진보적’ 인사들이 교육감에 다수 당선된 이래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과 사상의 관계에 관한 부적절한 언사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전직 교육행정가는 ‘교육에 진보·보수가 어디있나’라며, 교육행정은 ‘이념의 굴레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떤 교육학자는 올바른 교육을 하려면 ‘이념에 집착하지 말고, 아이들을 사람답게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진보’ 교육감은 교육행정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교육혁신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그들이 말하는 ‘이념’이란 서양어 ‘이데올로기’를 부적절하게 번역한 것이며, ‘이데올로기’의 보다 적합한 번역어는 ‘사상’이다.> 



이처럼 교육과 사상을 관계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교육과 사상의 관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서 비롯되는 잘못된 주장이거나, 아니면 그 관계를 잘 알면서도 대중을 기만하기 위해 사용한 속임수 발언이다.

피교육자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교육자 혹은 교육기관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교육과 관련된 각종 정책과 행정도 교육 관련 정치인 및 공무원들의 사상에 따라 결정된다. 교육은 사회에서 사상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는 영역이며, 상이한 사상을 가진 세력들의 치열한 사상대결 무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국이후 1980년대 후반까지 학교교육이 사상적 통일 상태 하에서 진행되어왔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교육학자들까지도 교육과 사상 간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교육과 사상 간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것은 1980년대 후반 민중교육운동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민중교육운동은 당시 운동권대학생과 노동운동가들의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운동에 발맞추어 교사들이 전개한 교육부문의 운동이며, 전교조는 그 운동의 한 열매이다. 전교조는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시행해온 교육의 바탕이 되는 사상과 배치되는 사상에 입각한 교육을 실시하려고 노력해왔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들은 모두 다 사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학교 설립 확대 문제, 학력평가시험 실시 문제, 교원평가제도 시행 문제, 학생인원조례제정 문제, 무상급식 급속확대 문제, 전교조 교사들의 통일·평화교육 문제, 일부 역사·국어 교과서의 사상적 편향성 문제, 민노당 가입 교사 징계 문제 등이 모두 관계자들의 사상 차이로 인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한편은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유능한 인적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양성하려는 사상을 가지고 있고, 반대편은 남한 사회의 변혁 추진에 동조하는 의식을 가진 인구를 확대시키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



교육과 사상이 본질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안 쟁점들이 모두 사상대립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한국 교육계의 당면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상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교육에서 사상을 배제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안 쟁점들을 올바로 해결할 수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이 앓고 있는 모든 질병적 현상들이 오로지 사상대립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 교육이 앓고 있는 질병의 근원은 사상대립에 있다. 



사상을 배제하고, 우리나라 교육의 당면문제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게 되면 그 논의는 항상 피상적인 것이 되고, 그런 피상적 논의를 통해 마련된 해결책은 잘못된 해결책이거나 정략적 타협에 의한 미봉책을 벗어날 수 없다. 사상대립이 질병의 근원인데, 질병의 근원을 비켜가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니 그 해결책이 제대로 된 해결책일 수 없다.

교육계가 당면한 현안문제들을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논쟁에서 사상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교육계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적용될 올바른 사상을 찾아야 한다. 현 행정부가 교육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듯한 자유주의나 전교조가 추구하는 변혁지향 사상은 모두 우리나라 교육의 질병적 현상들을 치료할 수 없는 사상들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기준사상을 무엇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결론을 먼저 도출하고, 그 사상에 입각한 교육내용과 교육행정의 기본원칙들을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반대하는 그릇된 사상들을 교육계에서 추방해야 한다.

이 나라의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부모, 교육종사자, 교육행정 공무원, 정치인들은 교육과 사상의 관계에 대한 무지나 속임수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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